2011. 11. 11. 01:32
늘 그 자리에 밥을 차려 줬다. 이젠 밥 주는게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나와서 밥을 먹는 3호.
1호도 이제 간만에 한가롭게 밥을 먹는다. 3호는 작고 귀엽지만 밥만 먹고 맨날 도망가서 재미 없다. 대신 1호는 사람과 참 잘 어울린다. 이 모 기사님 말에 의하면 1호는 우리 회사에서 태어났고, 아기 때부터 직원들이 밥을 먹이면서 키운 고양이라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점심 먹고 나와 보니 사람 다니는 길 위에서 발라당...
"잠깐, 이건 찍지마~!" (이미 찍었지롱. 인터넷에 올라간다. 루루)
3호. 밥은 아까 줬지만 숲으로 들어가 서 있으니 또 슬그머니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더 이상 전진하지 않고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왜냐하면
안뜰에는 1호가 떡하기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뒤에 쪼그맣게 앉아서 쳐다만 보고 있는 3호와 1호. 둘이 인사도 하는 걸 한번 봤는데, 함께 있으니 영 어색하다.
계속 눈치 살피고 쭈뼛거리는 3호. 못본척 쌩 까고 있는 1호
"할말 있으면 말을 해! 말을..."
"아니예요." (도로 나가라고 어떻게 얘기하냐.)
한쪽 구석에서 씁쓸한 표정으로 썩소를 날리는 3호.
"자식, 싱겁긴... 무슨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밥을 먹었으니 팬 서비스. 3호는 애교가 없어요. 이런 것도 안 하고"
"룰루 랄라 쿵짝 쿵짝" (이놈 아주 그냥 신났구만)
죽은 척 마무리
일어나 다시 그루밍. 혓바닥의 한계에 도전!
혀로 안 되니깐 앞발로. 고양이 치곤 유연성이 떨어지구만...
"흥. 이번엔 뒷다리다."
"밥 먹는 거 수도 없이 찍었으면서 뭘 또 찍어요?" (빤히)
식사를 마치면 저렇게 뒷걸음질 쳐서 숲으로 다시 들어간다.
간만에 돌아온 1호의 달라진 점이 있다면 친구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3호 밥 먹는 걸 잠시 보다가 돌아와 보니 왠 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1호 곁에 있다가 도망쳤다.
빌라 현관 앞에 서 있는 까만 고양이. 경비 아저씨 말로는 외부 고양이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영역 싸움을 심하게 한다고 하는데... 이런 평화스러운 분위기는 뭔가
최근에 사진빨 잘 받는 3호. 아직 쓰다듬진 못해도 근처에 가도 잘 안 도망가는 것만해도 어딘지...
밥도 다 줬는데 내가 가니까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저렇게 계단 난간에 앉아 있다.
"딱히 널 보려고 여기 앉아 있는 건 아냐."
"곰곰히 생각을 해 봤는데, 1호가 다시 온 게 어쩌면 서로한테는 지내기 더 편할 지도 몰라.
단골냥이 둘이니까 식사도 두 배로 꼬박 꼬박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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