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고용 동향

시사 2018. 8. 27. 18:02

이걸 보기 전에 먼저 보면 좋은 글: 고용 통계 기본 용어에 대해 알아보자

 

원래 고용 동향을 매달 열심히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달엔 유달리 "일자리 상황이 나빠졌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고 그 보도의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이 <2018년 7월 고용 동향>이라 한번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2018년 7월 고용동향>은 2018년 8월 17일 쯤에 통계청에서 발표됐다. 거기서 나온 주요 수치는 대략 이러하다.

 

출처: <2018년 7월 고용동향>, 통계청

 

참고로,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고용률은 61.3%인데, OECD에서는 고용률 계산할 때 65세 이상 인구는 빼고 하기 때문에 통계청에서는 두 가지를 다 보여주고 15-64세 기준 고용률인 67.0%옆에는 'OECD 비교기준'이란 말을 써 놨다. 1999년 6월부터 지금까지 대략 19년 동안 취업자수를 보면 다음 그림과 같다.

 

우리나라 취업자수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그림만 보면 일단 규칙적인 패턴을 반복하면서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왔고 최근에 뭐 특별히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걸로 보이진 않는다. 고용은 계절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즉, 일년 중 사람을 뽑는 시기와 내보내는 시기가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증가했다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고용이나 취업의 변화를 볼 땐 지난 해 같은 달 수치와 비교한다. 이걸 전년동월대비라 한다.

 

고용률(15세 이상)은 전년동월 대비 0.3%p 떨어졌고 OECD 기준 고용률(15-64세)은 전년동월 대비 0.2%p 떨어졌다. 29세 이하와 60세 이상에서 0.2%p씩 조금 상승하고 40대에서 0.7%p가 하락했다고 나온다.

 

 

출처: <2018년 7월 고용동향>, 통계청

 

산업별로는 저렇게 나왔다고 한다. 위에 그림은 아마 산업 대분류 기준으로 취업자수가 늘어난 산업 1, 2, 3위와 취업자수가 감소한 산업 1, 2, 3위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 정보통신업, 금융및보험업 취업자가 늘어났고 제조업, 사업시설관리지원및임대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에서 줄어들었다. 암튼 이렇게만 보면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은 성공했고, 제조업은 망한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보면 안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분류로 내려가서 살펴 봐야 할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난 바빠서 이만...)

 

2018년 7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통해 조사된 우리나라 취업자수는 2,708만 3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천명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 5천명이란 숫자가 언론에서 얘기하는 "고용쇼크"의 근거가 됐다. "정부에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그렇게 예산을 많이 쓰고 했는데, 일년동안 불과 5천개의 일자리 밖에 못 만들었다."는 스토리가 여기서 나온다. 근데 바로 지난달 2018년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년동월대비 취업자수 증가가 10만 6천 4백명이라고 나오는데 지난달을 기준으로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일년동안 1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라는 얘기가 되는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 한달 만에 완전히 딴 얘기가 되냐고

결국 이것도 전체 그림을 보고 구조적인 특징을 파악해야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음 그림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데이터를 가지고 전년동월대비 취업자수 변화를 뽑은 것이다.

 

전년동월대비 취업자수 증감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단위: 천명)

 

구조적 특징이 보이시는지? 나는 잘 안 보인다. 이번달에 5천명이 나와서 큰일이라고 하는데 당장 다음달인 2018년 8월 고용동향에 10만이나 20만이 찍힌다 하더라도 그리 신기하진 않을 것 같다. 그땐 또 뭐라고 할건가 (물론 마이너스가 찍힐 수도 있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이, 우리나라의 지난달 고용률(전체 61.3%, OECD기준 67%)이나 실업률(3.7%)이 높은 건지 낮은 건지 잘 모르겠다는 거다. 감을 잡기 위해서 해볼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하나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고용률과 실업률의 변화를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나라의 고용률, 실업률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 고용률의 변화를 보자.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단위: %)

 

최근엔 규칙적인 패턴 중에 높을 땐 61% 이상, 낮을 땐 59% 전후를 찍고 있는 수준인데 뭔 일이 있었던 2010년 전후를 제외하고 나면 과거에 비해 근소하게 올라갔다. 우리나라 고용 구조가 극적으로 변한 것이 1997년일 테니 그 전후를 비교해 보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 싶지만 불행히도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통계청 데이터에는 그 시절 데이터가 없다.

 

아래 그림은 우리나라 고용률을 OECD 다른 나라들과 비교한 것이다.

 

2018년 2/4분기 OECD 국가 고용률 비교(15-64세 기준)

자료: OECD (단위: %))

 

글씨가 작아서 잘 안 보이는데... 우리나라는 OECD 36개국 중 아홉번째로 고용률이 낮은 편에 속하며 OECD 평균보다 1.6%p 낮다.)

 

다음으로 실업률)

 

우리나라 실업률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단위: %)

 

고용률보다는 불규칙적이지만 이것도 1년 주기로 패턴이 있다. 해마다 2월에 고용률이 아래로 제일 뾰족하고 실업률은 위로 제일 뾰족한 거 보면 3월에 다시 뽑았다가 일년동안 일 시키고 1, 2월에 짜르는 회사들이 많은가보다. 최근엔 2010년에서 2014년까지 좀 떨어지는 듯 보였다가 2015년부터 다시 안 좋아졌다.

 

2018년 2/4분기 OECD 국가 실업률 비교(15-64세 기준)

자료: OECD (단위: %)

 

실업률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OECD 안에서 꽤 좋은 나라이다. (근데 그럴 리가 없으니 실업률이 믿을만한 지표가 아닌 것이지.) OECD 36개국 중 여덟번째로 낮고, 평균(5.4%)보다 1.6%p 낮다.

 

교훈:

고용의 패턴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고용 상황이 변하는 데는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래서 장기적인 걸 봐야 하고 추세적인 특성을 봐야 제대로 얘기할 수 있다.

 

최근에 상황이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2018년 7월 전년동월대비 취업자수가 5천명 증가한 것을 "고용참사"나 "고용쇼크"라고 부르는 건 좀 과장이다.("4차 산업혁명"에 비하면 과장이 아닌 걸지도)

Posted by jujae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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