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은 개념은 독자가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 생략합니다:

완전경쟁시장, 독점, 시장의 실패, 사회적 후생

 

독점시장에서 독점공급자는 가격을 올려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규제를 만들어 독점공급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만들어 사회적 후생을 유지하는 것이다. 정부가 독점시장을 규제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시장의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농부 박씨가 석류 시장의 100%를 차지하고 있으면 박씨가 독점공급자일까? 독점공급자로 지정되어 규제를 받고 싶지 않은 박씨는 '과일 시장에서 석류의 비중은 10%도 안 되니 자신은 독점공급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시장을 석류시장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과일 시장으로 하는 것이 맞을까. 그 기준은 무엇으로 정할까. 시장의 범위를 정하는 행위를 '시장획정(market definition)'이라 하고, 시장획정을 하기 위해 고안된 도구가 바로 SSNIP (small significant non-transitory increase in price, 작지만 유의미하고 일시적이지 않은 가격 인상) 테스트이다. HM (hypothetical monopolist) 테스트라고도 부른다. 석류 시장을 박씨가 지배하는 독점시장으로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박씨 혼자 석류 가격을 올려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석류를 팔고 있는 다른 경쟁자가 시장에 있다면 당연히 박씨는 석류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없다.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는 모두 경쟁자의 석류를 사게 될 테니까. 그런데 경쟁하는 석류 생산자가 없더라도 박씨가 석류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 있다. 석류 가격이 올랐을 때 소비자들이 비싼 석류 대신 귤이나, 파인애플, 배 같은 다른 과일을 사 먹는 경우가 그것이다. 시장이 '석류 시장'으로 획정될 지, '과일 시장'으로 획정될 지는 석류가 다른 과일로 얼마나 많이 대체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자 이제, 석류 시장에 대한 SSNIP 테스트를 설명하기로 한다. 박씨가 독점사업자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여기서 박씨를 가설적 독점사업자(hypothetical monopolist)라 부른다. 박씨가 석류 가격을 p에서 Δp만큼 올려서 p+Δp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우하향하는 수요곡선을 가정했을 때, 판매량은 q에서 Δq만큼 감소해 q-Δq가 될 것이다. 그림으로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에서 박스 L은 가격 인상으로 인한 박씨의 손실이 되고, 박스 B는 박씨의 이득이 된다. 만약 가격을 올렸을 때, 박스 B가 박스 L보다 크면 박씨는 가격 인상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는 것으로 분명히 가격을 올릴 것이다. 만약 박스 B가 박스 L보다 작으면 박씨는 가격 인상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손실은

이득은

이다. 따라서,

 

이면 손실이 이득보다 커서 박씨는 가격을 못 올린다. 즉, 석류 시장은 독점 시장이 아니고 박씨는 가격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양변을 pq로 나누어 식을 손실률 Δq/q 에 관한 식으로 좀 더 예쁘게 정리해 보자.

여기서,

M=(p-mc)/p을 마진율이라 하고, X=Δp/p를 가격 인상율이라 하면 가격인상 시 손실이 이득보다 커지는 조건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이때, X/(X+M)을 임계손실(critical loss)이라 부른다. 즉, SSNIP 테스트는 손실률이 임계손실보다 큰가 작은가를 판정하는 테스트라서 임계손실분석(critical loss analysis)라고도 부른다..

 

석류 시장에서 가설적 독점공급자인 박씨를 대상으로 한 SSNIP 테스트에서 손실률이 임계손실보다 크면 박씨는 독점공급자의 혐의를 벗고, 석류 시장은 관련시장(relevant market)으로 획정(definition)되지 못한다. 그러면 다음 단계는? 시장의 범위를 넓혀서 다시 SSNIP 테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면 점점 대체 가능성은 낮아지고, 손실률이 임계손실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마침내 손실률이 임계손실보다 낮아졌을 때, 테스트를 종료하고 해당 시장을 관련시장으로 획정한다. 따라서, 관련시장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관련시장: SSNIP 테스트에서 "손실률이 임계손실보다 작다"는 조건을 만족하는 최소 규모의 시장.

 

실제로, SSNIP 테스트를 할 때 문제가 있다. 첫째, 마진율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기업의 한계 비용(mc)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평균가변비용을 대신 쓴다. 평균 가변비용은 기업의 분기 보고서에 나온 총비용 중 보험료, 감가상각 등 고정비용에 해당되는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를 총가변비용으로 하고 이를 판매량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둘째, 실제로 가격을 올려서 시장에서 어떻게 수요가 줄어드는지를 관찰할 수가 없다. 그래서 설문조사를 한다. "석류 가격이 5%(또는 10%) 올랐다면 그래도 석류를 사시겠습니까, 석류를 안 사고 다른 과일로 사시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서 석류 수요가 얼마나 줄어들 지를 보고 석류에 대한 수요 곡선을 그린다..

 

SSNIP 테스트는 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가 무역위원회(Federal Trace Commission)와 함께 작성한 'Horizontal Merger Guidelines'에 소개가 되어 있다고 한다. EU에도 비슷한 내용의 합병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한다.

Posted by jujae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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