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공지능을 포함하여 생명의 미래에 관해 가장 멀리까지 전망하고 거기에 대응해 지금 인류가 해야 할 일을 적은 책이다. 물리학자가 썼기 때문에 과학적 신빙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저자는 어느 다른 책보다 큰 상상력을 발휘했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사람으로 있기(begin human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스웨덴 출신의 물리학자로 학부때 경제학을 했다가 전공을 물리로 옮긴 약간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과에서 경제로 옮긴 사람만 많이 봐서...) 최근에 발달한 인공지능(딥러닝이라던가)을 다뤘다기 보다는 훨씬 넓은 범위에서 이야기했다. 저자는 지능을 가진 개체는 자연이든 인공이든 모두 생명으로 보고, 기술을 통해 자신의 하드웨어(사람으로 치면 뼈하고 근육?)를 얼마든지 재설계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춘 인공 생명이 생명의 다음 단계(3.0)라고 주장한다. (넘버링은 책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반부 래리 페이지와의 대화에서 지구 인류가 언젠가는 우주로 나갈테고 그땐 지금의 사람 몸으로는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인공지능의 우월성을 이야기한 장면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이정도 논리를 메스꺼움 없이 전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인공지능이 판치는 미래에 자연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굳이 관심사일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언젠가 사람을 능가할수도 있는 범용인공지능의 목적이 사람의 목적과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지금 어떤 일을 해야 할까를 후반부에 심도 있게 다뤘다. 그래서 엘론 머스크를 설득해 거액의 연구비를 타내고, 생명의 미래 연구소를 만들어 범세계적인 AI 안전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소개되었다. 그래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보다 훨씬 자세한 "아실로마 원칙"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아마도 최근에 KAIST의 국방 AI 연구에 대응해 글로벌한 보이코트가 있었던 배후에 얘네들이 있었지 싶다.

 

맥스는 우리 인류의 미래를 굳이 낙관적으로 보는 거 같진 않지만 기술의 발전 가능성이나 전망에 대해서는 극도로 긍정적이다. 즉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증명되지 않으면 거의 뭐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반면 과학자들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인 지적 외계생명체를 만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봤는데 그건 나름의 근거를 달아 놨다. 이를테면 과거 공룡은 인류보다 훨씬 오랫동안 지구를 지배하며 번성해 왔지만 지적 생명체로 진화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들어 그것이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하다고 주장한다던가...

 

생명의 한계에 대한 과학적 디테일이 들어간 설명은 독자의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최근 연구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전망"까지만 관심사인 나에게는 읽다가 "그만해, 이 미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쓸데 없이 자세하게 다루는 부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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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ujae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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