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길고양이

고양이 '11.11.13

jujaeuk 2025. 4. 18. 02:38

2011. 11. 16. 00:53

옛날엔 저 수풀 속에 숨어서 절대 안 나오던 3호.

밥을 가지고 가면 "이 안에 넣어 주고 넌 저~기 가 있어" 이런 식이었다.

그동안 나도 충분히 갖다 바쳤다. 이젠 니가 나와서 먹어라.

 

안 그래도 요즘 활동 반경 넓어진 3호. 가볍게 내려 온다.

 

근데 내가 코 앞에 있으면 여전히 밥을 안 먹으려고 한다.

3호: "왜 안 가고 서 있냐. 밥 먹기 불편하게 시리"

 

3호: "니가 저리 꺼질 때까지 난 안 먹겠어."

 

이때, 나타난 1호

1호: "야, 너 밥 앞에 두고 뭐하냐?"

3호: "허걱."

 

1호: "밥 생각이 별로 없어? 안 먹을 거야?"

3호: "아니, 그게 아니라..." (삐질)

 

1호: "안 먹을 거면 내가 먹는다. 웃샤."

3호: "아, 이거 정말..."

 

3호: "젠장, 내가 먹는다 먹어. 쳐다 보든가 말든가."

1호: ㅡㅡ "다 내려 오니깐 먹냐."

 

1호: "맛있어? 내꺼랑 같은 거야?"

3호: "얌냠... 머래냐. 얌냠..."

 

1호: "흥이다. 저 위아래 없는 놈"

3호: "길냥이가 밥 앞에 위아래가 어딨냐. 얌냠..."

 

1호: "이게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3호: "누구시더라? 얌냠..."

 

결국 밥을 뺏었다.

1호: "엉아가 좀 먹자. 불만 없지?"

3호: (왕삐짐) "너무한다 너무한다 너무한다 너무한다"

 

1호: "어쩐지 내꺼랑 좀 성분이 다른 거 같아. 양도 좀 많은 거 같고..."

3호: "어떻게 지 밥 놔두고 맨날 남에 껄 먹냐. 너무한다 너무한다 너무한다 너무한다..."

 

1호: "오늘은 밥도 맛있게 먹고, 애들 교육도 시키고 뿌듯한 하루였고나야..."

 

1호: "이제 자야징... 햇살이 좋구먼. 드르렁..."

 

1호: "음 왠지 잠자리가 좀 불편하네. 아까 내가 너무 심했나."

 

3호: (주먹 불끈 쥐며) "남의 밥을 뺏어 먹다니. 어디 두고 보자 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