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IC (한국표준산업분류) 11차 개정
1. 하이~
KSIC 11차 개정이 2024년 7월부로 시행되면서 앞으로 나올 2024년 통계부터 KSIC-11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KSIC-10은 2017년 통계부터 적용되었으니까,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어치의 통계가 KISC-10으로 만들어진 셈입니다. 산업분류체계가 개정되면 개정전과 개정후의 통계를 비교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분석가들은 골치아파집니다. 하지만 산업의 구조는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산업환경을 반영해 쓸만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 산업분류 개정은 꼭 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2. 산업분류가 개정되면 바뀌는 것들
산업분류가 개정되면 분류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통합
어떤 산업이 쇠퇴해서 사업체도 얼마 안 남고 관심도 줄어들면 분류를 유지하는 것이 불필요해져 통합을 합니다. 단순히 통합만 한다면 분석가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가 안 됩니다. 개정전 분류를 합쳐서 개정 분류에 맞추는 것은 쉬우니까요. 간혹가다 얼마 안 남아서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산업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석가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분들한테 자신이 연구하는 산업이 통합돼 버리면 많이 아쉽겠지요.
2) 세분화, 신설
새로 발전하는 산업은 항목이 신설되고 상위 항목 아래서 세분화됩니다. 이런 경우에, 시계열 분석이 꼭 필요하다면 개정 후의 통계를 개정전 기준으로 통합해 버리고 신설 항목에 대한 분석은 포기합니다.
3) 이동
세분류나 세세분류 하나가 완전히 다른 소분류나 중분류 아래로 이동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개정 전의 통계를 개정 분류 기준으로 재정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 밖에 분류 명칭 변경 같은 변화들도 있는데, 데이타 자체에만 관심 있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큰 관심사가 아닙니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바뀐다는데 저도 고양이 키웁니다만 그래서 머 어쩌라고요.)
아마도 통계청 사람들에게 산업 분류를 개정한다는 것은 많이 후달리는(?) 작업이 될 겁니다.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가 개정 내용의 전부라면 간단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의 산업은 옛날 같았으면 서로 거리가 멀었을 산업들이 막 융합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관찰되고 있는 변화가 일시적인 것인지 영구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분류 개정 결과에 대한 느낌은 내가 어떤 분야에 주로 몸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개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어서 불만일 때도 있고, 너무 앞서 나가서 불만일 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11차 개정에서 바뀐 것들
자 그럼 11차 개정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통계청 통계분류포털에서 제공하는 개정 해설서를 보면 되는데, (누가 이걸 다 보겠습니까.) 내용이 많으니 중요한 것만 요약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1) 미래 성장산업 - 신설, 세분
수소, 체외진단시약, 이차전지, 전기차, 풍력발전, 영상물‧오디오물 제공,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 온라인 플랫폼 활용 서비스 산업들이 신설되었다 합니다.
과거에 방송업(60)은 라디오(601), 텔레비전(602) 두 가지만 있었고 그게 10차 개정까지 유지되었는데 방송업(60)이 방송 및 영상·오디오물 제공 서비스업(60)으로 이름이 바뀌고, 라디오(601), 텔레비전(602)에 더해 영상·오디오물 제공 서비스업(603)이 신설되었습니다. 이는 세분류에서 영상물(6031), 오디오물(6032)로 또 나뉘어집니다. 이 603은 과거에 정보 서비스업(63)에서 소분류(631, 639)로 나뉘어져 들어가 있던 것입니다. 631, 639의 일부, 더 자세히는 호스팅 및 관련 서비스업(63112)과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 제공업(63991)의 일부가 떨어져 나오고 다시 영상(6031)과 오디오(6032)로 분류되어 들어간 것이니, 이미 중분류 단에서 시계열 분석이 불가능해졌습니다.(TT)
"11차 603 전체가 10차 63에서 옮겨온 것이고, 그 아래로는 확인 불가"
2) 상대적 비중 감소 산업 - 통합
콩나물 재배, 타이어 재생, 동(銅)주물, 사진 및 영사기, 일반저울, 펄프 및 종이 가공용 기계, 전자악기 제조, 내륙 수상 여객 및 화물 운송, 복사업 등이 다른 항목과 합쳐져서 간판을 잃게 되었습니다. 콩나물을 요즘 많이 안 먹나요. (술을 적게 마셔서 그런가...) 이제 콩나물은 기타 시설작물입니다.
3) 국제기준 반영
사회보장보험업과 연금업은 원래 금융업(K)에 있던 건데, 이게 전부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O)으로 옮겨 갔습니다. 원래 대분류 O는 민간사업자가 아닌 공공부문(public sector)만 다루던 분류입니다.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것들은 금융의 성격이 크긴 하지만 민간사업자는 아니기 때문에 공공부문으로 보는 게 맞습니다. 이게 국제 추세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번에 따랐다고 합니다. 건강보험업(65131 -> 84611), 산업 재해 및 기타 사회보장 보험업(65139 -> 84619), 연금업(65303 -> 84620)이 각각 통째로 옮겨간 것이기 때문에 10차 통계를 11차에 맞게 변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4. 빠이~
그 밖에 자세한 내용이 많지만 과감히 생략했습니다.(지겹잖아요.) 어차피 11차 개정이 적용된 통계를 보려면 앞으로 일년은 더 기다려야 합니다. 2023년 자료가 KOSIS에 올라온 게 올해 3월 말이고, 2023년 원자료는 아직 구경도 못하고 있으니까요. 내년이 되면 603을 통해 유튜브 산업의 실체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겠군요. 민간 사업체들이 주요 관심사인 산업 분석에서 O는 항상 관심 밖이었지만 건강보험과 연금을 품었으니 이제 더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우리나라에, 요즘은 전 세계가 하 수상한 시절이었지만, 설사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2026년에는 11차 개정만으로 할 이야기가 많을 거 같아 벌써부터 귀찮아집니다.